흑건은 흑색의 두건으로 한(漢)대 사람은 관을 쓸 때 속에 친건을 썼는데 건이라 하지 않고 책이라 했으며 보편적인 색깔은 흑색이었다. 신라나 고구려에서도 이와 같은 흑건의 착용례를 찾을 수 있다. 『신당서(新唐書)』 신라조에 “남자는 머리를 자르고 흑건을 쓴다”고 하였다. 흑건은 고구려의 무용총 기마인물과 수산리 고분의 소년이 착용하고 있는 것에서 그 형태를 볼 수 있는데 조선시대 복건의 시원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고려 공민왕 때 일관 우필홍의 건의에 따라 승려들이 흑건을 착용하게 하였는데 형태는 삼국시대의 것과 차이가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조선시대 말기의 유물을 보면 흑색의 마포나 명주를 사용하여 다양한 형태로 만들었는데 유학자가 평시에 착용하였고 졸곡 후에 쓰기도 하였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는 검은 빛깔의 건이 보인다. 무용총의 수렵도의 흑건 기마 인물과, 수산리 벽화고분에 보이는 흑건 소년은 모두 책의 일종으로 생각되는 흑건을 착용하였다. 이 흑건은 흑색 비단으로 된 것인데 머리에 둘러쓰고 뒤에 천의 자락이 내려져 있다. 마치 조선시대 복건과 같다. 『후한서(後漢書)』 여복지에 의하면 “동자가 모옥이 없는 관모를 썼는데 미성인을 표시한 것으로 이는 입학하는 소동의 책이다”라고 하였다. 고구려에 있어서도 수산리 고분의 흑건 소년은 귀족층의 동자이며, 또한 무용총의 흑건 기마인물도 수렵하는 연소자로 보이니 고구려에 있어서는 중국의 『후한서』에 보이는 동자의 책의 영향을 받은 흑건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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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창, 『한국 복식의 역사 2』, 세종대왕기념사업회, 2000
김영숙, 『한국복식문화사전』, 미술문화,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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