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옷과 투구는 전투 시에 신체를 보호하는 장비이다. 가야 지역에서 철제의 갑옷은 4세기에 들어서면서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그 이전에는 나무나 뼈 또는 가죽으로 만든 갑옷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철제갑옷은 판갑옷과 미늘갑옷으로 나누어지는데 판갑옷은 여러 가지 형태의 철판을 가죽 또는 못으로 고정하여 만든 갑옷이며 미늘갑옷은 미늘 모양의 작은 철판을 가죽으로 연결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있어 주로 기병용으로 쓰인 것이다. 판갑옷의 경우는 주로 보병용인데 종종 기병용 투구와 함께 출토되어 기병용까지 겸했던 것으로 보인다.
판갑옷은 가야의 동부와 서부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보이는데 동부에서는 세로형 종장판정결판갑이 우세한 반면 서부에서는 삼각판 내지 가로형 횡장판계열의 판갑옷이 주로 출토된다. 그러나 5세기 이후부터는 차츰 서부 지역의 판갑옷으로 통일되어 나간다.
가야 지역에서 출토된 갑옷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여 당시 철을 다루는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던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갑옷, 투구, 볼 가리개, 견갑 등 다양한 갑옷을 통해 가야인들의 뛰어난 기술과 제작의 과학성도 알아볼 수 있다. 마치 철을 옷감이나 가죽 자르듯이 잘라 못이나 혹은 용접 등으로 연결하여 만든 당시 가야의 갑옷은 가야인의 다양한 제작 기술을 보여준다.
철판 연결하는 기술은 갑옷 만드는 방법이 발전하면서 함께 발전하였다. 갑옷의 연결법은 갑옷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철판을 통째로 이어 붙이는 판갑옷은 주로 못을 박아서 연결했다. 처음에는 못 머리를 납작하게 눌러서 못 자국이 거의 보이지 않도록 하다가 나중에는 볼록한 못 머리를 장식적으로 살리는 방법을 선호했다. 후기의 판갑옷은 못을 이용해서 연결했지만 초기 판갑옷은 가죽 끈을 이용해서 박음질한 것이 많다. 이때는 미늘갑옷과 마찬가지로 철판 가장자리에 작은 구멍들을 뚫어서 홈질이나 박음질 등 옷감에서 쓰는 바느질과 유사한 방법으로 연결했다. 쇠못을 이용한 후기 갑옷은 초기의 누더기 갑옷에 비해 훨씬 매끈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화된 것이다. 갑옷의 가슴과 목 부분에는 깃털장식의 흔적도 보이는데, 깃털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실용적인 기능과 갑옷을 화려하게 보이도록 하는 미적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다.
고령 지산동 32호분에서 출토되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 중인 판갑옷은 횡판만으로 된 철판을 7단으로 연접하고 정으로 고정시킨 횡장판갑이다. 뒤판과 좌우 흉판의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오른쪽 앞판에는 개폐를 쉽게 하기 위하여 두 개의 못으로 된 경첩이 X자형으로 교차되어 있다. 앞가슴 정중에서 합임하도록 되어 있고, 갑옷의 크기는 뒤판 높이 40.6cm, 앞판 높이 34.7cm, 좌우폭 49.6cm, 전후폭 26.5cm 이다. 이 판갑과 함께 어깨 부분을 가리는 견갑이 함께 출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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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통천문화사, 2000
문화관광부(유희경 외), 『우리 옷 이천년』, 미술문화, 2001
김정자, 『한국군복의 변천사 연구』, 민속원, 1998
김영숙, 『한국복식문화사전』, 미술문화, 1998
한국생활사박물관편찬위원회, 『한국생활사박물관 6』, 사계절출판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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