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의 혼례복 중 가장 화려한 맛을 풍기는 의복은 적의(翟衣)이다. 적의는 가례의 절차 중에서 책비, 친영, 동뢰연을 행할 때 입던 예복으로 조선시대 최고 신분의 여성을 상징하는 복식이다. 적의는 꿩무늬를 수놓은 포를 말하는 것으로 꿩무늬는 친애해로(親愛偕老)를 상징한다. 우리나라에서 왕비가 법복을 적의를 착용한 것은 고려 공민왕대에 중국에서 관복을 보내온 데서 유래한다. 조선시대에는 태종 때 중국에서 처음 적의를 받아들였고, 인조 때 우리식으로 옷이 바뀌어서 붉은색 적의를 만들어 입다가 고종 때 왕이 황제로 격상되면서 적의 또한 황제비가 입던 푸른색으로 바뀌게 되었다. 왕비의 복식에는 이처럼 시대의 변화상이 담겨 있다.
조선시대의 적의(翟衣)는 활수대의(闊袖大衣)의 포제(袍制)에 속하며 친애(親愛)와 해로(偕老)를 의미하는 적문(翟紋)을 직성한 왕비의 대례복(大禮服)으로서 중단(中單) 위에, 그리고 상(裳), 폐슬(蔽膝), 대대(大帶), 혁대(革帶), 옥패(玉佩), 수(綬), 말(襪), 석(蓋)과 함께 착용한다. 착용자의 신분에 따라 황후는 12등분, 황태자비는 9등분하여 적문과 그 사이에 소륜화(小輪花)를 직금한다. 깃, 도련, 소매 끝에는 홍색으로 선을 두르며 그 선에 황후는 운룡문, 황태자비는 운봉문을 직금한다.
적의의 길은 짙은 청색 직물로 지어 여름에는 저사(紵紗), 겨울에는 사라(絲羅)를 쓰며, 앞면의 좌우가 곧바로 내려가 여며지지 않고 있어 배자와 같으며, 앞길이는 의단과 가지런하고 뒷길이는 의단보다 척여가 더 길었다.
12등 아청 적의의 경우, 심청색 바탕의 직물을 12등분하여 적문을 넣었는데 대개 148쌍이었고, 또한 작은 윤화를 사이사이에 넣었으며 홍색의 깃과 도련 및 수구의 홍색 선에는 운용문(雲龍紋)을 직금하였다. 이 적문의 12등은 면복의 12장문과 비의되는 것이다.
적의의 앞, 뒤, 양어깨에 부착한 용문을 수놓은 오조룡의 원형보는 포지와 같은 심청색 단에 굵은 금사를 사용하여 홀수와 겹수로 자수하였다. 용의 턱 아래 있는 여의주는 용의 격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하단에는 물결문, 바위, 불로초 등의 장생문과 주위에는 오색 구름 등을 골고루 배치하여 화려하게 오색사로 메우고 금사징금수로 섬세하게 수놓아 마무리했다.
본 유물은 세종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된 순종효황후의 적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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