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체는 부녀자가 성장할 때 머리숱이 많아 보이게 덧들이는 다른 머리로 흔히 ‘다래’ 또는 ‘다레’ 라고 하나 표준어는 다리이다.
통일신라시대부터 이미 존재해왔던 여인들의 가체의 풍습은 조선 후기에 이르러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발전되었다. 결혼한 여자에게 얹은머리가 유행하여 가체가 성행하였는데 계의 값이 중인 열 집의 재산을 넘었고, 그 수식이 사치스러운 것이어서 가산을 탕진할 정도였다고 한다. 영조 25년에 편찬된 『국혼정례(國婚定例)』에서는 사치 방지를 위해 체발의 양을 대폭 줄였으나 가체를 통해 멋을 부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영조 32년(1756) 1월에는 “사대부 집안의 가체제도가 날로 심해져 부인이 한번 가체를 하려면 많은 돈을 허비하게 되었다”하고, 정조 12년(1788)에는 “처음에는 두발을 모으던 것이 무거운 머리꾸밈으로 이루어져 다투어 서로 크게 만들어서 물가가 올라가고 사치스러운 자는 그 가산이 기울어지며 가난하고 궁색한 자는 인륜을 폐함에까지 이르렀으니 그 폐단이 극도에 달한 것이다”하여 가체신금절목을 제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법령은 지켜지지 않았고, 가체에 대한 폐단과 금지는 계속되어 조선시대에는 총 24회에 걸친 가체 사치 금지령이 내려졌다고 전해진다.
수식에 있어서도 커야만 성장(盛裝)한 것으로 알았던 까닭에 조혼이 성행했을 무렵, 나이 어린 신부에게 큰 가체를 얹어 기절하는 일이 발생하고, 가체를 한 큰머리가 문설주를 받아 목이 부러져 죽었다는 일화들이 남아 있다. 이처럼 여인의 수식은 많은 기복을 겪으며 변화해 왔으며, 가체금지령은 족두리가 나오는 계기를 마련했다.
반면, 고된 일상에서 유일한 치장이 머리를 곱게 감아올리던 것이었던 서민 여인들은 궁핍한 생계를 위해 머리를 잘라 팔거나 궁중의 어여머리를 만들기 위한 명목으로 정성스럽게 길러온 머리를 공물로 바쳐야 했던 고통을 겪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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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식, 『일상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청년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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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한국복식문화사전』, 미술문화, 1998
안명숙, 김용서, 『한국복식사』, 예학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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