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립은 조선시대 성인 남자들에게 착용된 ‘갓’의 하나로, 가는 대오리나 말총 등으로 양태와 모자를 만들고 포, 사 등으로 싸 검은 옻칠을 한다. 모자는 원통형으로 위로 갈수록 줄어들고 윗부분이 평평하며 양태의 버렁은 약간 곡선을 이루도록 짠다. ‘싸기’ 의 종류에 따라 진사립, 음양사립, 음양립, 포립, 죽저모립, 마미립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흑립은 패랭이, 초립 등의 단계를 거쳐 정립된 조선시대 ‘갓의 전형’이며 조선 말까지 가장 널리 보급되었다.
흑립은 조선 중기에 가서야 그 양식이 갖추어졌으며, 그 구조는 대우와 양태(담)로 되어 있어 퍽 간단하나 대우의 높고 낮음, 양태의 넓고 좁음에 여러 변천이 있었음을 볼 수 있다. 그 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국초에는 대우가 높고 양태가 좁은 형태였으며, 중종 말년에는 대우는 매우 중후하고 높아진 반면에 양태는 상당히 좁아졌고, 명종 때는 대우가 매우 낮아져 그릇을 엎어놓은 것같이 되었고 양태는 매우 넓어 작은 우산을 편 것과 같았다. 선조 때는 양태가 매우 넓어 문 출입에 방해가 될 정도였고, 인조 때는 모체가 높고 양태가 넓은 모양의 입자인 큰 갓이 유행되었으며 숙종 때는 대우가 낮고 양태가 좁아졌으며 정조 때 비로소 그 크기가 알맞게 되었다. 다시 순조 때는 양태가 전 시대의 것보다 더 넓어졌고 국말 고종 때에는 소립으로 되었다.
이어령의 『한국인의 손, 한국인의 마음』에서는 흑립에 대한 풀이를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갓이 표현하는 의미는 실용성도 심미적인 장식성도 아닌 일종의 이데올로기적 표현성에 있다고 할 것이다. 갓 쓰고 망신당한다는 속담도 있듯이 그것은 쓴 사람의 인격이나 정신을 표현하는 언어, 하나의 기호이다. 남자의, 선비의, 양반의 시니피앙으로서 사람 전체의 몸을 기호로 바꿔놓는 작용을 한다. 연암 박지원은 『허생전(許生傳)』에서, 갓이 없으면 잠시도 살아갈 수 없었던 유교의 형식주의를 매도하기 위해서 제주도의 말총들을 모두 매점하는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그것은 갓에 대한 모욕이 아니라 오히려 갓의 기호 작용을 보다 극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이야기이다. 유교의 메시지는 바로 말총의 그 빳빳하고 곧은 질감, 그러면서도 강철과 달리 가볍고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재료 속에 담겨 있는 것이다. 그리고 비단처럼 섬세하면서도 물들일 수 없는 그 엄격한 빛이 바로 유교정신을 지시하고 있다.”
반인 계급만이 쓸 수 있었던 흑립도 1896년 단발령과 함께 망건의 사용을 폐지할 때 백정에까지 쓰는 것을 허용하였고, 갑신정변 이후에는 중절모자가 현대식 모자로 등장하면서 입자는 외세에 밀려 점차 그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본 유물은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된 것으로서 말총소재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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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경, 김문자, 『한국복식문화사』, 교문사, 1998
김영숙, 『한국복식문화사전』, 미술문화, 1998
유송옥, 『한국복식사』, 수학사, 1998
이어령, 『한국의 손 한국인의 마음』, 디자인하우스, 2000
고려대학교박물관, http://museum.korea.ac.kr/MDS/MAGIC.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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