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옷은 싸움터에서 적의 창검이나 화살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입던 옷으로 처음에는 가죽 등을 이용하였지만 사용범위가 넓어지면서 재료가 다양해졌다. 삼국시대부터 착용된 갑옷은 고구려 고분벽화나 출토유물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기록에 당나라 태종이 백제에 사신을 보내어 오색이 짙고 금빛이 찬란한 금칠도철갑을 구해 입었다는 것으로 보아 중국보다 제조기술이 앞섰음을 알 수 있다. 갑옷과 투구를 합해 갑주라고 하는데 갑옷과 투구가 따로 된 것과 한데 붙어 있는 것 등이 있다. 갑옷은 상의와 하의로 구분되는데 상의는 턱까지 닿는 세운 깃에 소매는 손목까지 오거나 팔꿈치까지 오는 것, 혹은 소매가 달리지 않은 조끼 형태 등 3가지가 있다. 갑옷은 제작방법에 따라 크게 단갑과 찰갑으로 나눌 수 있다. 단갑은 보병용으로 판상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문양이 고정되어 있으나 찰갑은 기마용으로 작은 미늘들을 가죽 끈으로 꿰매어 만든 것으로 몸의 동작에 따라 얼마든지 신축이 자유로워 단갑보다 행동하기도 쉽고 말 타기에도 편한 진보된 갑옷이다. 한편 신라나 가야 지역에서 출토된 철제 투구나 갑옷의 예는 그 제작법이 정교하여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통일신라시대에는 특히 갑주를 차려 입은 석상과 조각품 등이 있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경덕왕릉과 흥덕왕릉, 진덕왕릉 등에 세워진 석상들과 불국사 석굴암 입구의 사천왕상(국보 제24호), 감은사 석탑 내의 유물(7C말), 운문사사천왕 석주의 조각품(보물 제318호), 보림사 보조선사 창성탑의 신장상(보물 제157호), 화천동 삼층석탑의 팔부중상(보물 제609호), 녹유사천왕상과 금동신상 등이 있다. 여기에서 청동신상만 전투용 갑주를 착용한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는 의장용 갑주로 보인다. 이들 갑주의 착장 모습은 갑옷 속에 전포를 착용하고 허리나 팔에 영건을 많이 늘어뜨려 매우 화려하고 장식적이어서 전투하기에는 부적합하다. 갑옷 양식은 대개 양쪽 가슴에 광명갑을 대고 멜빵으로 어깨에서 연결한 양당개를 착용하였고 양당개 아래에는 전포를 착용하였다. 목에는 운견과 같은 경갑을 착용하였고 어깨에는 견갑을 착용하였다. 전포 위에 다시 찰편으로 된 상갑을 착용하였고 하박부에는 굉갑을 하각부에는 경갑을 착용하였다. 이와 같은 갑주 양식은 전투복으로는 볼 수 없고 의장복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이 시기가 그 만큼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찬란한 문화를 향유하였던 시기이기 때문이며 찬란한 당의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조선 말까지 갑주는 전투용 갑주와 의장용 갑주의 이중구조를 이룬다. 군복은 전시에 임해서는 기능적으로 변하고 평화가 지속되면 장식적으로 변한다는 이론에 일치된다고 할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 의장용 갑옷의 대표적 착용 사례인 석굴암 입구의 사천왕은 팔부신중(八部神衆)을 거느리고 있는데, 주실의 본존불과 불법을 수호하는 이들은 임무의 성격 때문에 용감한 무사의 복장을 하고 있다. 불법을 수호하는 여덟 명의 무사들, 즉 팔부신중은 소매의 폭이 매우 넓은 포 위에 갑옷으로 무장을 하고 있으며 머리에는 투구를 쓴 채로 무기를 패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