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피란 조선시대 비빈(妃嬪)의 법복(法服), 즉 적의(翟衣)를 입을 때 목에 걸어 늘이는 장식물이다. 한 폭으로 길게 되어 있어 목에 걸치되 등 뒤에서는 보(補) 아래까지 반원으로 늘이고 가슴 앞에서는 가지런히 늘어뜨려 두 폭이 겹치지 않게 맺는다.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의 하피는 진자색무문단(眞紫色無紋緞)에 연분홍색 삼팔주(三八紬)로 된 안을 넣어 만들었다. 길이가 492cm, 너비가 10cm인데 봉문(鳳紋) 26개와 운문(雲紋) 26개가 부금되어 있다. 봉은 중앙선을 경계로 양쪽으로 나누어 밖으로 날고 있으며 둘레에는 두 줄의 금선을 둘렀다. 하피의 중앙과 양끝에서 각각 100cm 되는 부분 등 세 곳에는 홍색 헝겊으로 맺은 단추가 달려 있다. 이 단추는 적의에 하피를 부착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중앙 단추는 적의 뒤 보 위에 부착된 고리에 끼우고 좌우측의 것은 양어깨가 보에 달린 고리에 끼워 앞으로 길게 늘였다.
하피에 관한 규정은 영조 27년(1751)에 비로소 그 정리가 이루어졌는데, “왕비의 하피는 바탕색은 흑단(黑緞), 안은 홍초로 하고 문양은 운문 26개와 적문 26개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그 후 광무 원년(1897)에 이르러 정비한 제도에는 “하피는 흑단바탕에 봉문과 운문을 부금한다”고 되어 있어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의 하피는 이 규정과 일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방정례(尙方定例)』의 적의에 관한 기록 중 하피 부분의 기록을 보면 “대왕대비, 중궁전, 빈궁의 품단자로서는 일곱 자 다섯 치이고, 빈국의 법복용으로는 열자이다”라고 하여 신분에 따라 길이에 차이를 두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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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유희경 외), 『우리 옷 이천년』, 미술문화, 2001
김영숙, 『조선조 말기 왕실복식』, 도서출판 민문고, 1987
유희경, 김문자, 『한국복식문화사』, 교문사, 1998
김영숙, 『한국복식문화사전』, 미술문화,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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