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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리고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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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
시종을 거느리고 나들이에 나선 귀족이 팔자의 콧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곡예를 관람하고 있다. 고구려 벽화에 나타난 성인남자는 대부분 턱수염보다는 콧수염을 강조한 형태로 그려져 있으며 이는 조선시대 사대부의 수염형태와는 다른 것으로 당시대의 유행의 일면을 나타내는 것이라 하겠다.
주인공 바로 뒤에는 시동이 박쥐 모양의 굽은 양산(일산)을 받쳐 들고 서 있으며 그 뒤에는 검은 긴 저고리에 흑점무늬 바지를 입은 시종이 따르고 그 뒤에 어린 시녀가 받쳐 든 검은 양산 밑에 서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구경하는 귀부인이 있다. 신분에 따른 위계적인 표현으로 인물의 크기를 정하다 보니 무덤주인과 색동치마를 입은 귀부인의 뒤에 선 남녀 시종이 든 양산이 너무 커 비례가 맞지 않는다.
당시의 벽화를 보면 일반적으로 귀족남과 함께 그려진 인물은 시동이, 귀부인의 곁에는 시녀가 그려져 있어 하인들은 남녀의 역할이 분명하게 구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수산리 고분의 서벽 윗단에는 곡예와 무덤주인 부부의 관람 장면이 그려져 있다. 왼쪽 부분에서 오른쪽을 향하여 그려진 곡예장면은 두 팔을 벌리고 긴 나무다리를 하고 서서 걷는 재주, 끝에 둥근 고리가 달린 세 개의 막대기와 다섯 개의 둥근 고리를 엇바꾸어 던지며 받는 재주, 수레바퀴를 던져 받는 연기를 각각 공연하는 모습들을 담았다.
재주꾼 한 사람이 나무다리로 춤을 추고 있다. 또 다른 사람은 여러 개의 막대기와 공을 엇바꿔 던진다. 이런 서커스 구경이 당시 귀족들의 여가생활 중 하나였다. 교예라고도 하는 서커스는 여러 가지 문화요소가 혼합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벽화에서 보이는 교예는 자세히 보면 그 기원이 중앙아시아나 이란 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당시 문화교류의 양상을 나타내는 중요한 자료이다.
곡예단의 재주는 일반 백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귀족을 위한 놀이였다. 고구려의 상류층에서는 바둑, 투호(投壺), 축국(蹴鞠) 등 대륙식 오락을 즐겼고, 하류층에서는 무도, 음악, 석전(石戰), 씨름 등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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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웅『고구려 고분 벽화』, 서문당, 2002
이태호 외『고구려고분벽화 별책부록: 고구려고분벽화해설』, 풀빛, 1995
한국생활사박물관편찬위원회『한국생활사박물관』, 사계절출판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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