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 밑에서 상투를 튼 두 역사가 상대방의 잠방이를 맞잡고 서로 목을 댄 채 허리를 구부리고 씨름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 오른편으로 심판인 듯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서 있다. 안쪽으로 보이는 선수는 큰 눈, 매부리코의 전형적인 서역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각저총의 씨름하는 역사들은 머리를 빗어 올려 상투를 틀고 있다. 머리숱이 많은 경우 자연히 상투의 크기가 커지는데 당시에는 이것을 천하다 하여 사람들이 기피하였으므로 머리숱을 안에서 솎아낸 후 상투를 틀었다고도 한다. 상투에는 정수리에 한 개의 상투를 트는 방법과 머리 좌우에 쌍상투를 틀어 올리는 방법이 있다. 이것은 성인남자가 머리를 위쪽으로 끌어올려 틀어 감은 머리로 삼국시대부터 근세 개화기 이전까지 지속된 우리나라 성인남자의 전형적인 머리형이다. 각저(角抵)·상박(相搏)은 생활풍속을 주제로 한 고분벽화에 비교적 자주 등장하는 제재의 하나이며, 오늘날 씨름·태껸으로 나뉘어 칭해지는 힘겨루기 기술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이와 같은 벽화는 집안 지역과 안악 지역에서 모두 발견되고 있다. 무용총의 벽화에서 연꽃과 함께 그려진 수박희도 씨름과 같이 신성한 운동으로 여겨졌다. 수박희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도 무술훈련의 기본기로 삼았고, 조선시대에는 무과 시험과목으로 삼았다. 13세기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는 수박권법을 그림으로 해설해 주고 있다. 씨름은 우리나라 전 시기에 걸쳐 남성 놀이의 대표적인 것으로 농경사회에서 주로 농한기 때 행해진 놀이이다. 씨름의 역사적 연원은 학자들에 따라서는 『후한서(後漢書)』와 신채호의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를 들어 상고시대에서 찾기도 하는데 우리 옛 문헌상의 기록으로서는 고려시대에 처음 나타난다. 『후한서(後漢書)』를 보면 중국의 한나라 왕은, 부여의 왕이 제나라를 방문한 타국의 왕을 위한 환영행사로서 북 치고 피리 불고 각저희를 하게 했다고 한다. 이 각저희가 씨름과 유사한 것으로 띠를 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오늘날의 우리 씨름과 비슷하다. 신채호는 『조선상고사』에서 상고시대 제의장소 신소도에서 행하는 제사 예식으로서 여러 가지 기예를 시범하는 종목으로 ‘씰흠’을 적고 있다. 이 ‘씰흠’을 씨름으로 추측할 수 있다. 신라나 백제에서 씨름이 행해졌는지의 여부는 남아 있는 그림이나 문헌들이 없어 정확한 기록은 찾을 수 없으나 그 지방의 전통적인 민속놀이 속에 남아 있다. 단오나 한가위 속의 씨름 경기가 그 예이다. 『고려사(高麗史)』의 내용에서는 “왕이 용사를 거느리고 씨름 놀이를 구경하였다”, “왕이 고룡보와 함께 시가누각에 앉아 격구와 씨름 놀이를 구경하고 용사들에게 포를 수없이 상 주었다” 등에서 씨름 관람을 왕이 즐겨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직접 왕이 씨름을 겨루었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시대 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서는 씨름 구경을 왕가 사신들이 즐겨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왕조실록 외에도 『경도잡지(京都雜誌)』,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의 문헌을 보면 조선 후기에 와서 씨름을 하다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을 칼로 죽이는 극한 사태까지 발생하였다는 것으로 보아 씨름의 열기는 상대시대보다 더하였던 것을 시사한다. 또한 단오에는 남성 놀이로서 씨름이 반드시 행해졌으며 7월 중원절이나 8월의 한가위에도 씨름 놀이를 찾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