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三國史記)』에 기록된 고구려 여성들은 왕과 관련된 왕비와 공주, 후비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고구려 여성의 일반적인 삶의 형태를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록된 것으로 보면 고구려 여성들은 자기주장을 확실하게 내세우며 살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소서노는 막강한 재력을 가지고 추모왕을 도와 고구려를 세우는 데 공을 세웠다. 그런데 유리명왕의 등장으로 고구려에서 살기가 어렵게 되자 아들들과 신하들을 이끌고 고구려를 떠나 백제의 건국에 기여한다. 산상왕과 고국천왕의 부인인 우씨왕후는 자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여 2대에 걸친 왕후로서 최고의 권력을 향유했던 일대의 여걸이었다. 소서노나 평강공주의 예에서 보이듯이 고구려 여성들은 개인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유산상속에 있어서도 여성에게 일정한 지분이 배분되었다고 추측된다. 고분벽화에서는 남성의 방과 별도로 여성의 방이 묘사되어 있으며 각각 자신의 시종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고구려 사회는 남성중심의 사회로 약수리 고분과 쌍영총의 벽화에서는 부부가 동등하게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이지만 각저총에서는 두 명의 부인이 보인다. 삼실총의 벽화에서도 묘주가 앞에 가고 여성은 뒤에 따라가는 모습이다. 고구려 후기에 서옥제가 차츰 변화하여 결혼제도가 남성중심으로 많이 기울어 간다는 것은 고구려 사회가 점차 북방 유목민의 기풍에서 남방 농경민의 기풍 즉 유교적 가치관에 영향 받는 사회로 바뀌어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고구려에서 여성의 지위가 후기로 갈수록 조금씩 낮아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