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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원성왕릉 「무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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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이븐 쿠르다지바의 저서 『도로와 국가들』에는 신라에 대한 언급이 다음과 같이 나타나 있다. “바그다드는 9세기에 서아시아 세계를 평정한 아바스 왕조의 수도. 타고난 장사꾼으로 전 세계의 바다 무역을 주름잡던 이슬람 상인들의 본거지였다. 당시 이곳에는 다음과 같은 소문이 돌고 있었다.-중국 맨 끝 깐수(강주, 오늘날 경남 진주시 일대로 추정) 맞은편에는 산이 많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실라(Silla)이다. 이 나라에는 금이 많으며, 무슬림은 일단 이 나라에 들어가면 그곳의 훌륭함 때문에 정착하게 된다.”
고대사회 한반도 내 서역인의 등장에 대한 관련 기록은 이뿐만이 아니다. 조금 더 시대를 거슬러, 고구려벽화에서 나오는 운동하는 인물들의 큰 코와 인상 등에서 역시 서역인인 듯한 독특한 인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경주 황남동 미추왕릉 지역 고분에서 출토된 5~6세기 상감유리옥목걸이에는 이국인으로 추정되는 여인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8세기 말엽 만들어진 38대 원성왕릉(괘릉) 앞에서 무덤을 지키는 무인(武人) 역시 서역인으로 보이는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신라가 무덤 주위에 돌로 만든 기념물을 두기 시작한 것은 8세기 무렵부터인데, 이는 당나라 제도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 높이가 257cm나 되는 이 무인상은 코가 크고 눈이 움푹 들어갔으며 수염이 많은 서역인(인도유럽어계나 투르크계로 추정)의 얼굴에다 근육이 불끈 나온 팔로 철퇴를 잡고 있다.
무덤을 지키는 무인상의 모델로 서역인을 삼은 것은 신라가 서역과 교류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서역인에게 느꼈던 신라인의 감정을 잘 보여준다. 안강에 있는 흥덕왕릉 무인상도 이와 비슷한 모습인데, 당삼채의 도기 인물상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얼굴이다. 신라 귀족들은 실제로 종종 서역인을 호위무사로 채용했을 것이라는 짐작이 있으며 학계에서는 원성왕릉의 무인상에 대하여 좌우대칭의 엄격한 자세로 표현된 고위무관과 달리 고개를 좌우로 돌리고 허리를 살짝 튼 동적 자세 등을 이유로 낮은 지위의 병사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움푹 들어간 눈에 곱슬한 수염을 턱밑 가득히 덥수룩하게 하고 서 있는 원성왕릉의 무인은 그 형태가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으나, 장대한 체구 위로 포의 형태를 갖춘 옷을 착용하고 있으며, 낮은 허리쯤에는 대의 형태가 어렴풋이 보인다. 소매는 말아 올린 채이며, 독특하게 띠를 두른 머리 모양을 관찰할 수 있다. 한편, 허리춤에 주머니를 차고 있어 이 땅의 문화에 어느 정도 동화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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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희「신라복식의 변천 연구」, 서울대학교, 2001
유송옥『한국복식사』, 수학사, 1998
한국생활사박물관 편찬위원회『한국생활사박물관 5』, 사계절출판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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