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는 초기부터 의례상정소를 설치하여 예의생활을 법제화하였고 이 제도는 구한말에 이르기까지 여러 번의 변화를 거쳐 『증보사례편람(增補四禮便覽)』이 편찬되었다. 이러한 기관이나 편람에서 제정한 관혼상제의 사례 중, 혼례는 가장 경사스럽게 여겨 혼례 당일만은 일반서민들도 궁중예복을 착용할 수 있게 허용했다. 신부의 예복은 속옷의 경우 평상복과 비슷한데 속치마로 무릎까지 닿는 두루치 위에 무지기를 입고 밑단에 금박을 한 홍색 스란치마나 대란치마와 자주색 회장을 단 삼회장노랑저고리를 입었다. 겉옷으로는 원삼 또는 활옷을 입었으며 혼례 당일 머리는 어여머리에 홍색 사에 금박을 넣은 앞댕기를 양쪽으로 늘이고 뒷댕기인 큰댕기(도투락댕기)를 늘였다. 머리에는 칠보로 장식한 족두리나 화관을 썼고 신코에 구름무늬 수를 놓은 당혜를 신었다. 신랑의 경우 속에는 평상복을 입었으나 겉에는 예복으로 관복인 남색 또는 북청색의 단령을 착용하고 벼슬과 품계에 따라 그에 맞는 흉배를 달았다. 고종 때에 이르러서는 당상관과 똑같은 쌍학흉배를 달고 1품이 착용하는 서대를 띠었으며 사모를 쓰고 목화를 신었다. 이와 같이 조선왕조시대 혼례복식은 벼슬 있는 자의 관복을 착용함으로써 혼례가 일생을 통한 최고의 경사스러운 의식임을 복식을 통해 알 수 있다. 혼례 시에는 겨울에는 속적삼을 모시로 지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모시옷이 시원한 것과 같이 한평생 속 시원하게 지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일본인 무라야마 지쥰(村山智順)의 『조선사회제도사』에는 일부 가난한 계층의 결혼에 대한 언급이 다음과 같이 있다. “현금 전남의 담양, 곡성, 구례, 경북의 영양, 봉화, 청송 및 함남 등지에서 행하여지고 있는 예부(預婦)의 나이는 많아야 열 살 내외에다 장차 남편이 될 자의 집에서 길러져 열너댓 살이 되어야 혼례를 올린다. 이 경우 혼폐금 같은 것은 쓰지 않게 되어진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혼인방법은 가난한 이들 사이에서 행하여진다. (중략) 현재 조선 각지에서 행하여지는 혼인에 쓰이는 납폐금의 액수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가난한 이는 이 납폐금 때문에 혼인이 쉽지 않다. 이 곤란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예부라던가 양부라는 방법이 행하여지는 것이다. 납폐금에 관한 재미있는 예가 있다. 이것은 함남 북청 지방의 일이다. 가난한 남자가 혼전(婚錢)을 조달할 수가 없을 때 일정 기간 동안 무임으로 여가(女家)의 노동에 복무한 다음, 그 대상(代償)으로서 딸을 취하여 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능화의 『조선여속고(朝鮮女俗考)』에서는 “유독 우리 조선 사람으로서 남자되고 여자가 된 자는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반드시 시집가고 장가가는 것을 정칙으로 삼으니, 하나의 습속으로 굳어졌다. 그 까닭을 고구컨대, ‘불효의 죄 중에 후손이 없는 일이 가장 큰 죄’라는 훈계로 말미암아 그렇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 사람마다 다 후사로써 뒤를 이어 조상을 받들게 함을 가장 큰 효도로 삼고 있다. 이렇듯 가난하더라도 반드시 장가가는 까닭은 사속관념(嗣續觀念)에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정연식『일상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청년사, 2002
금기숙『조선복식미술』, 열화당, 1993
한국역사연구회『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청년사, 2002
김영숙『한국복식문화사전』, 미술문화, 1998
유송옥『한국복식사』, 수학사, 19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