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감은 직책과 소속에 따라 대전 별감, 중궁전 별감, 세자궁과 세손궁 별감이 따로 있었는데, 궁중의 크고 작은 행사에 동원되었고 임금의 행차 때는 어가를 시위하는 일을 맡았다. 별감은 사치스러운 복색으로 유명하였다. 서울시내 남자의복의 패션을 주도한 이들이며 혜원의 풍속화 「선술집 : 주사거배(酒肆擧盃)」, 「밤길안내 : 야금모행(夜禁冒行)」, 「기방난투 : 유곽쟁웅(遊廓爭雄)」과 유숙의 「대쾌도」 등의 유흥 장소에서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밤길안내」에서 서울의 어느 한 겨울밤 별감과 양반, 그리고 담뱃대를 물고 있는 기생이 어딘가 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 별감은 기생을 관리하는 기부로 기생과 동침을 원하는 양반에게 기생을 달려 보내는 장면으로 보인다. 노란 초립을 쓰고 홍의를 입은 이 남자가 별감이다. 이 그림의 원제는 「야금모행」으로 ‘통행금지를 무릅쓰고 밤길을 간다’는 뜻인데 적절한 제목인지는 모르겠다. 조선시대 서울에서는 밤에 통행을 금지시켰던 바, 그림 가운데 있는 양반이 통행금지를 범하고 기생과 어딘가 가다가 왼쪽 붉은 옷의 ‘대전별감’에게 발각되어 갓을 숙이면서 양해를 구하는 장면이란 해설이 있다. 「기방난투」에서는 별감이 싸움을 말리고 있는데 겉옷인 붉은색 철릭 밑으로 푸른색의 화려한 옷이 보인다. 아마도 비단으로 짐작되는데 대단히 호화스러운 색깔이다. 초립과 홍의는 별감만이 입을 수 있는 의복이다. 별감의 화려한 복색은 당대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한문 단편 「재회」를 보면 첫머리에 “한 부잣집 아들이 외도에 빠져 가산이 많이 기울었지만 별감이 된 까닭에 의복이 화려했다”고 할 정도다. 18세기 중반에 지어진 「한양가」에 별감이 주최하는 ‘승전놀음’에 그 복식을 묘사한 부분 “별감의 거동보소 난번별감 백여 명이 / 맵시도 있거니와 치장도 놀라올사 / 편월상토 밀화동곳 대자동곳 섞어 꽂고 / 곱게 뜬 평양 망건 외점박이 대모관자 / 상의원 자지팔사 초립 밑에 팔괘 놓고 / 남융사 중두리의 오동잎색 껴서 달고 / 손뼉 같은 수수갓끈 귀를 가려 숙여 쓰고 / 다홍생초 고운 홍의 숙초 창의 받쳐 입고 / 보라누비 저고리에 외올뜨기 누비바지 / 양색단 누비배자 전배자 받쳐 입고 / 금향수주 누비 토수 전토수 받쳐 끼고 / 중동치레 볼작시면 우단 대단 도리불수 / 각색 줌치 묘히 접어 납의 매듭 별매듭에 / 파리매듭 도리매듭 색색이로 꿰어 차고 오색비단 괴불줌치 약낭 향낭 섞어 차고 / 이궁전 대방전과 금사향 자개향을 고름마다 걸어 차고 대모장도 서장도며 / 밀화장도 백옥장도 안팎으로 빗기차고 / 삼승보선 순혹 파서 맵시 있게 하여 신고 / 제제창창 앉은 모양 절차도 거북하다”에서 별감의 화려한 복식을 알 수 있다. 『경국대전(經國大典)』에 의하면 별감복은 예복(禮服)과 상복(常服)으로 구분된다. 예복은 임금이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행차와 차비 등 행사 때의 차림인데 다시 관복류(冠服類)와 융복류(戎服類)로 나눌 수 있다. 관복류는 자색의 건(紫巾)과 청색 단령(團領), 조아(條兒)가 한 벌을 이루었으나 세자궁 별감은 청색의 건(靑巾)을 쓴다고 하였으므로, 별감의 배속을 건의 색깔로 구별하였다. 후대에 이르면 청색 단령이 흑단령으로, 세자궁 별감의 건색이 청→흑→초록으로 변천한 기록을 볼 수 있다. 별감의 단령은 품직자의 것과 기본은 같으나, 옷감은 주(紬)를 썼고 띠가 조아인 것과 부속품이 달랐다. 별감의 융복은 행차를 시위할 때의 차림으로 홍철릭[紅帖裡]에 황초립을 썼다. 왕조시대 규정에 어가를 따르는 관원은 모두 홍철릭을 입도록 하였다. 별감의 상복은 황초립에 홍직령(紅直領)이며 내습(內襲)은 겹주름철릭이다.
강명관『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푸른역사, 2001
김영숙『한국복식문화사전』, 미술문화, 19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