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고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한국 고유 전통 낚시가 있다. 바로 견지낚시이다. 견지란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우리나라에 실패가 보급되기 전에 아낙네들이 실을 감아 두고 길쌈을 할 때에 쓰던 생활 도구로 지금은 퇴화 사멸되고 있는 순수 우리말이다. 견지낚시를 하기 전 얼음 아래 물고기를 몰아 ‘방’을 만들고 그 위에서 견지낚시를 시작하게 된다. 그 방을 만드는 것을 주관하고 한겨울 이 지역의 얼음낚시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영좌’라 한다. 겨울철 한강 얼음낚시를 주관하는 총지휘자를 일컫는 말이며, 대개 환갑이나 고희를 넘긴 할아버지 중에서 경우가 바르고 낚시를 좋아하시는 분을 모시는 것이 관례였다. 영좌의 눈으로 강이 완전히 얼었다고 확인되면 한강 고유의 전통 풍속 얼음낚시가 시작되는 것이다. 동지가 지나면서 영좌가 얼음낚시 시작 장소를 공고하고 다음날 고을 사람들이 저마다 그 해 가을에 짜놓은 그물을 들고, 쓰리를 들고, 대꼬챙이를 들고, 엄청나게 큰 나무토막을 메고 강변에 나와 영좌가 오기를 기다린다. 영좌가 말하기 전에는 누구도 얼음판으로 들어갈 수 없다. 전에 얼음판에 들어가는 사람은 동티가 나서 얼음이 깨져 죽는다는 민속 신앙이 지배해온 터라 누구도 들어가는 사람이 없었다. 영좌가 도착하여 강변을 응시하고 얼음 상태를 확인한 후에 할아버지가 점지해 주는 대로 황구멍은 위와 아래에 강을 가로질러 일직선으로 뚫어간다. ‘황구멍’이란 얼음 위에 구멍을 황! 뚫는 것으로, 큰 얼음 구멍을 뜻하며, 대개는 서너 발자국에 하나씩 뚫는다. 구멍을 뚫는 도구는 ‘쓰리’였다. 황구멍을 위와 아래에 뚫은 다음에는 그 사이에 서너 개의 대구멍을 뚫는다. ‘대구멍’이란 대나무 꼬챙이를 넣는 구멍을 뜻하는 작은 구멍이다. 위에 뚫은 황구멍과 대구멍이 만든 선을 윗가심이라 한다. 아래에 황구멍과 대구멍을 뚫어 만들어진 일직선은 아랫가심이라 한다. 윗가심과 아랫가심이 만들어지면 영좌 할아버지는 다시 내리가심에 황구멍과 대구멍을 뚫도록 지시한다. 내리가심이란 윗가심과 아랫가심을 연결하는 황구멍과 대구멍을 말한다. 윗가심과 아랫가심, 그리고 내리가심에 황구멍과 대구멍을 뚫으면 1차 작업은 끝난다. 다음은 추수 이후 동지까지 정성들여 짜놓은 그물을 얼음 속에 넣는다. 황구멍에서 대구멍으로, 대구멍에서 황구멍으로 계속되어 드디어 그물은 강을 가로막고 만다. 다음은 영좌의 명에 따라 윗가심 그물꾼들이 그물을 들어 올리고 위에서부터 몰이꾼들이 고기를 몰아온 다음에 그물을 다시 내리기 위해서다. 몰이꾼들이 둘씩 짝을 지어 큰 통나무를 가지고 윗가심 100미터쯤 상류에 올라가 줄을 선 후 영좌의 “쳐라!”라는 소리에 저마다 ‘치라신다!’ 소리를 지르며 통나무로 얼음을 쿵쿵치며 윗가심 쪽으로 내려온다. 몰이꾼들이 윗가심에 도착하면 영좌는 윗가심의 그물을 내리라고 명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좁은 공간에 물고기를 몰아 놓고 그물로 막아 ‘방’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방치기가 끝나면 강변에 운집한 낚시꾼 몰이꾼들이 더욱 가슴을 조인다. 영좌 할아버지가 들어가라 하기 전에는 방 근처에 얼씬도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영좌가 들어가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들어가는 낚시꾼이 있으면 영좌의 명에 의해 그물꾼과 몰이꾼들이 잡아내고, 영좌가 찬물 바가지를 머리에 끼얹는 벌을 내린다. 그물을 치고 고기를 모는 동안에 강변에는 술막이 생긴다. 네 귀퉁이에 막대기를 꼽고 천이나 수수깡을 둘러 만든 술막에서는 술도 팔고 국에 밥을 만 간단한 해장국도 판다. 영좌 할아버지가 질서를 잡은 후 얼음판에 들어가 뚫으라는 명을 내리자 낚시꾼들은 저마다 채비를 실은 썰매를 끌고 입장료를 낸 다음 방에 들어간다. 이 돈은 영좌와 방을 만드는 데 동원된 인력(그물꾼, 몰이꾼)이 나누어 갖는다. 이를 ‘머리계’라고 한다. 입장료를 내고 방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주로 인근 마을 사람들이지만 멀리는 ‘노들낚꾼’(노량진 낚시꾼)과 ‘검은들 낚꾼’(흑석동 낚시꾼)들도 있었다. 썰매에는 낚시도구 상자와 추위를 막을 가마니나 거적, 그리고 손을 녹일 숯과 화덕을 실었다. 낚시도구 상자 속에는 앵두나무나 자작나무 또는 아카시아나무 등으로 만든 대형 견짓대와 곱돌에 구멍을 파고 납을 부어 만든 삼봉낚시(훌치기 바늘)를 비롯하여 간식으로 누룽지나 미숫가루 등을 넣었다. 좁은 방 안에서 여러 낚시꾼들이 구멍을 뚫고 앉아 고리를 낚아내자면 자연히 바늘이 겹치는 수도 있고, 한 고기가 두 사람의 낚시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면 시비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 지역에서는 고기를 낚으면 ‘대렸다!’는 소리를 지르도록 되어 있다. 누구든지 고기를 먼저 걸은 사람이 임자라는 뜻이다. 대개의 경우에는 ‘대렸다’는 소리를 하면 늦게 댄 사람이 양보하지만, 심성이 나쁜 낚시꾼이 시비를 해오면 고기를 두 토막 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낚시인의 세계만큼 공정한 세상도 없다. 어떤 사람이 억지를 써서 고기를 자른 사람은 다시는 이 지역에 나타나 얼굴을 들기가 어렵다. 일단 방을 만들면 고기가 낚이지 않을 때까지 낚시꾼들은 밤이건 낮이건 얼음낚시를 한다. 아이들을 시켜 밥을 가져오라고 하기도 하고, 식음을 전폐하고 낚시만 하는 꾼들도 있다. 낚시의 특징이 인내하며 오랜 시간 앉아 있어야 하고 겨울 낚시이기에 낚시꾼들의 의복은 방한에 특히 신경을 썼다. 손과 얼굴만 노출돼 있고 누비옷을 입었으며 방한모와 토시와 행전으로 찬 기운을 막았다. 한번 만든 방에서 고기가 낚이지 않으면 영좌는 ‘아무 날에는 몇 번째 바탕에 방을 친다’는 공표와 함께 폐방을 선언한다.
두산동아출판사편집부『두산세계대백과사전』, 두산동아, 1996
조풍연『사진으로 보는 조선시대 - 생활과 풍속 -』 , 서문당, 2002
정연식『일상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청년사, 2002
한국정신문화연구원디지털한국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