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수가 아이들을 데리고서 장으로 가는 것은 조선시대 가난한 장돌뱅이의 한 모습이다. 장돌뱅이 가운데는 일정한 집이 없어 처자를 끌고 장삿길에 오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남녀가 같은 방에 묵게 될 경우 그 사이에 발을 내리고 숙박하였다고 한다. 이들 사이에서 “남자 부상(負商)은 여자 부상의 신발은 넘지도 못한다”는 말이 전해오는 것은 이러한 생활의 한 면을 보여준다. 행상이란 말 그대로 상품을 머리에 이거나 등에 지고 다니며 판매행위를 하는 사람을 말한다. 시전과 같이 건물에서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상점은 지붕도 없이 널판이나 멍석 위에 물건을 올려놓고 팔았다. 원래 한양의 종로는 상점들이 없는 반듯한 대로였다. 그러던 것이 조선 후기로 오면서 인구의 증가와 상업활동의 발달로 인해 바뀌게 되었다. 처음에는 남의 집 담에 좌판이나 광목을 깔고 물건을 팔다가, 점차 차양도 치고 담을 두르다가 결국에는 상점을 만들어 길을 점유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한말 풍경을 담은 사진에서 한양의 길거리가 반듯하지 못하고 좁고 굽은 길 투성이로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종로의 상점이 행상→좌판→노점→상점 등으로 발전한 과정은 상업경제가 발달하는 일반적인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방의 상점들은 안성의 유기, 개성의 인삼 등 지역의 특산물에 따라 한 품목만을 파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읍내나 도회에서는 점포를 오랫동안 경영하게 되면 대부분 한 가지 물품을 판매하기보다는 많은 종류의 물건을 파는 잡화상, 만물상으로 전환하게 된다. 한 가지 물품을 전매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면 전국적인 영업망을 구성하게 되어 대상인이 쉽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쌀, 인삼 등 몇 개의 상품을 취급하는 대상인 외에는 기타 물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대상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조선시대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에 의하면 상인은 앉아서 파는 좌고(坐賈)와 돌아다니며 파는 행상(行商)으로 나누고 있다. 조선의 농촌사회는 늘 시장을 열기에는 그 소비자가 너무 적었다. 농가의 경제가 대부분 자급자족 형태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은 3~5일 간격으로 열리는 형태였다. 이러한 3~5일장은 임진왜란 이후 지역적으로 시장권이 형성되어 17세기 말~18세기 초에 전국적으로 장이 형성되었다. 당시 장의 특징은 판매자의 핵심이 보부상이라는 공인 받은 독점권을 갖은 행상 이였다. 조선 후기에 시장경제가 커지면서 농민이나 상인이 장터를 돌며 생계를 유지하는 장돌림, 장돌뱅이가 형성되는데 이들은 특권상인과 정부에게 압박과 수탈을 견디면서 삶을 지켜나간다. 장돌뱅이의 상업규모는 영세한 경우가 많았다. 직물, 지물, 피물 등을 취급하는 이들에 비해 어물, 소금, 무쇠그릇, 나무제품, 죽제품 등 값싼 제품을 지고 팔러 돌아다니는 이들은 처지가 열악하였다. 고령의 지신밟기 노래의 일부를 들어보면 “무거운 등짐 지고 이곳 저곳 떠돌면서 / 아침에는 동녘 하늘 저녁에는 서녘 땅 / 어쩌다 병이 나면 구완할 이 전혀 없네 / 사람에게 짓밟히고 텃세한테 괄세받고 / 언제나 숨겨 두면 까마귀의 밥이 되고 / 슬프도다 우리 인생 이럴 수가 어찌 있소”라고 신세를 한탄하는 구절을 통해 그들의 어려운 삶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 사회 분업화가 확대됨으로 인해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상인간의 거래흥정은 물건의 전부를 계산하는 도거리, 물건 값을 여러 번에 걸쳐 나누어 받는 드림셈, 매매자 쌍방간에 차액만 지불하는 덧두리, 팔다 남은 물건을 싸게 파는 떨이 등이 있다. 시장가격은 같은 날에도 일정하지 않았고 같은 물건이라도 흥정에 따라 값이 달랐다. 상인들은 마수걸이라고 하여 그 날의 첫 거래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첫 거래의 내용을 가지고 그 날 장사의 운을 점쳤으므로 첫 거래를 잘하려고 노력하였다. 상인의 지위는 원칙적으로 다른 신분과 마찬가지로 세습되었다. 상인은 사농공상의 신분체제에서 최하층으로 장사치라는 말로 대표되듯 천시되면서 장인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화폐경제가 발전되던 조선 후기에는 실물 경제를 담당한 사회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유통시키는 물품은 왕실과 고관, 그리고 일반 백성들의 생활 유지에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민서복의 기본이 되는 것은 바지, 저고리로 조선조에 들어와서 민서복의 규모는 세종 31년 정월에 내린 바 있는 금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금제는 사치를 억제한다는 명목하에 역대에 자주 내린 바 있는데 이것을 통해 서민복의 윤곽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금제가 붙어 조선조 복식문화 발달을 저해하고 백의민족으로 지칭될 만큼 의문양식 및 염색의도 입지 못하여 원시 그대로의 소야한 복식제도를 준수했던 것이며 그들은 양반의 수탈 대상이 되어 부의 축적은 물론 최소한도의 미적 충족을 위한 자기네들의 복식문화도 발전시키지 못하였다.
두산동아출판사편집부『두산세계대백과사전』, 두산동아, 1996
조풍연『사진으로 보는 조선시대 - 생활과 풍속 -』 , 서문당, 2002
한국정신문화연구원디지털한국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