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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흥리고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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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
덕흥리 고분 남쪽 벽화에는 직녀가 견우를 은하수를 사이로 떠나보내는 장면의 벽화가 있다. 별자리에서 견우를 뜻하는 우수(염소자리)와 직녀성(거문고자리)은 실제로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지금도 우리는 칠월칠석날 내리는 비를 1년에 한 번 만나는 견우와 직녀의 눈물이라고 한다. 칠석 설화는 중국과 일본에도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고구려에서는 그것을 벽화로 남기고 있다.
고구려에서는 왕이 법령을 내려 급하지 않은 일을 줄이고 농사와 양잠을 하도록 장려하였다. 쌍영총 벽화에 그려진 인물이나 대안리1호 무덤의 ‘베 짜는 여인’ 그림 등은 당시의 발달된 방직기술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백제에서도 고이왕 때 서소 같은 직공을 일본에 보내 직조기술을 가르칠 정도로 길쌈기술이 발달했다. 신라에서도 박혁거세 때 백성에게 농업과 아울러 양잠을 장려하여 농토를 알뜰하게 이용하도록 하였다. 특히 유리왕은 6부의 여자들을 두 패로 갈라 길쌈을 시키고, 진 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 이긴 편에 사례하게 하는 ‘가배(嘉俳)’를 시행하였다고 한다.
길쌈은 단순한 놀이차원이 아니었다. 당시 세금을 견포나 마포와 같은 직물로 냈기 때문에 화폐가치가 있으므로 직물을 잘 짜는 것은 경제와 직결되었다. 그래서 국가에서 모든 국민의 직물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1년에 한 번씩 길쌈놀이를 통해 생산기술을 높였던 것이다. 후대의 고려나 조선에선 직물 생산은 물론 감독, 관리도 여자가 맡았다.
고구려 말기 남자들이 천리장성을 쌓으러 나갈 때는 여성들이 농사를 담당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여성들에게 농사보다는 길쌈이 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 문무왕 11년조에 잠녀(蠶女)와 경인(耕人)이란 표현이 있다. 농사는 남녀 공통의 일이지만 뽕나무와 삼을 재배해서 비단과 베를 짜는 것은 여인의 일이었다. 『일본서기(日本書紀)』 계체천황 원년(507)조에 “남자가 성년이 되어 경작하지 않으면 굶는 일이 있다. 여자가 성년이 되어 길쌈하지 않으면 천하가 추위를 입는 일이 있다”는 기록처럼 길쌈만큼은 여인의 일로 일찍부터 고구려에서는 세금을 베와 곡물로 거두었다. 그런 만큼 각 가정에서 생산한 직물은 일부는 세금으로 내고, 일부는 가정에서 소비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내다 팔았을 것이다.
고구려인들이 비단에 수놓은 의복을 입고 금과 은으로 장식을 하고 동맹 행사 등 공공모임에 나갔다는 기록을 비롯해서 고분벽화에는 각종 비단옷들이 등장한다. 『한원(翰苑)』 고구려조에는 고구려에서는 비단을 만드는 데 자주색 바탕에 무늬를 놓은 것을 최고로 치며, 다음으로 다섯 색 비단(五色綿)을, 그 다음에는 구름비단(雲布綿)을 쳤으며, 그밖에 하얗게 겹쳐진 베(白疊布), 청포(靑布) 등을 생산했다고 했다. 『일본서기(日本書紀)』 흠명천황 23년(562) 기록에는 백제와 왜가 고구려를 공격하여 고구려의 칠직장을 가져갔다는 내용이 있다. 칠직장은 일곱 가지 색이 어우러진 비단인데, 이것은 상급의 비단으로 고도의 기술을 가져야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고구려의 염색기술을 매우 뛰어나 왜에도 전해져 고려염부가 제도화되기도 했다. 가죽 염색기술도 전파되었는데 『일본서기(日本書紀)』 인현천황 6년조에는 고구려의 공인 수류지와 노류지가 일본열도로 건너갔고 그 후손들은 숙피고려(熟皮高麗)라 했다고 한다.
옷감은 단지 옷을 만드는 데만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귀족들의 집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종 휘장과 침구류를 비롯해서 기와를 만들 때 틀을 고정시키는 데 사용하는 베천에 이르기까지 그 활용도가 매우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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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웅『고구려 고분 벽화』, 서문당, 2002
한국생활사박물관편찬위원회『한국생활사박물관』, 사계절출판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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