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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리고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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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
고구려의 귀부인이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와 오늘날 서커스라 불리는 곡예단의 교예를 구경하고 있다. 부인은 무덤주인, 즉 부인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와 함께, 그리고 남녀 시종들을 거느린 채 시종들이 들고 있는 커다란 검은 양산(곡산, 일산) 아래 미소를 지으며 서 있다.
부인은 큰 머리를 하고 풍만한 둥근 얼굴에 붉은 곤지를 찍어서 화장을 하였으며 옷깃, 도련, 소매 끝에 무늬를 수놓은 붉은 선을 단 검은 우임 저고리를 입고 그 밑에 색동치마를 착용하고 있다. 색동치마는 덕흥리 고분의 「견우직녀도」에서 직녀도 입고 있는 것이다. 복식에 표현된 문양은 봉황, 거북, 잉어, 인동당초문 등의 다양한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 수산리 벽화의 귀족여성은 모든 것이 풍성하다. 머리, 치마, 저고리가 모두 길고 풍성하며 늘어진 소매에도 여유가 넘친다. 눈두덩이의 붉은 화장과 붉은 곤지, 붉은 입술이 귀부인의 품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고급 비단에 자수를 곁들인 저고리 아랫단과 색색 천을 이어 붙인 색동 주름치마가 첨단의 감각을 보여준다.
이 부인은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곡예사의 재주를 구경하는 자세이며 뒤에서 무덤주인과 마찬가지로 여자시종이 대가 굽은 검은색 양산을 받쳐 들고 서 있다. 신분에 따른 위계적인 표현으로 인물의 크기를 정하다 보니 시종이 든 양산이 너무 커 부담스럽다.
부인이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곳에는 재주꾼 한 사람이 나무다리(죽마)로 춤을 추고 있다. 또 다른 재주꾼은 여러 개의 막대기와 공을 엇바꿔 던진다. 이런 서커스 구경이 당시 여가 생활의 하나였던 것이다. 삼국시대 놀이문화의 주인공은 귀족들이었다. 백성들은 어디까지나 조연에 불과하였다. 일반 백성은 생존을 위한 생산 활동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여해야 했다. 따라서 이들이 독자적인 문화를 창조하거나 한가로이 노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비록 명절이나 대규모 종교행사 등에 평민들이 참여하기는 하였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주어진 공간에서 활동한 것에 불과하였다.
교예라고도 하는 서커스는 여러 가지 문화요소가 혼합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벽화에서 보이는 교예는 자세히 보면 그 기원이 중앙아시아나 이란 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당시 문화 교류의 양상을 나타내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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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웅『고구려 고분 벽화』, 서문당, 2002
이태호 외『고구려고분벽화 별책부록: 고구려고분벽화해설』, 풀빛, 1995
KBS역사스페셜『역사스페셜 』, 효형출판, 2002
유희경, 김문자『한국복식문화사』, 교문사,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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