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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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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식유물 |
신라시대 여성이 나랏일을 돌본 사례는 고구려나 백제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경우이다. 7세기 진평왕과 마야부인(摩耶夫人) 김씨의 장녀 덕만은 아버지가 아들 없이 세상을 뜨자 화백회의의 추대를 받아 처녀의 몸으로 왕위에 올랐다. 부계, 모계가 모두 왕족인 성골 중에 남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우리 역사상 최초의 여왕인, 제27대 선덕여왕이다.
여왕은 내정에서는 선정을 베풀어 민생을 향상시켰고 구휼사업에 힘썼으며 당나라의 문화를 수입하였다. 자장법사를 당에 보내어 불법을 수입하였으며, 첨성대, 황룡사구층탑을 건립하는 등의 업적을 남겼다.
『삼국유사(三國遺事)』 선덕왕 지기삼사(知幾三事)조에는 여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16년 동안에 통찰력을 발휘하여 미리 예지한 세 가지가 적혀 있다.
첫째는 당 태종이 붉은빛, 자줏빛, 흰빛의 세 가지 색으로 그린 모란과 씨를 서 되 보내 왔는데 왕이 그림을 보고 말하기를 “이 꽃은 필경 향기가 없을 것이다”하고 뜰에 심었는데 꽃이 질 때까지 과연 향기가 없었다. 둘째는 영묘사(靈廟寺) 옥문지(玉門池)에 겨울인데도 개구리들이 많이 모여들어 3~4일 동안 울어댔다. 왕이 알천(閼川)과 필탄(弼呑)에게 명하여 서교(西郊)로 가서 여근곡(女根谷)이 어딘지 찾아가면 반드시 적병이 있을 것이니 엄습해서 모두 죽이라고 했다. 두 각간(角干)이 명을 받들어 엄습하니 부산 아래 여근곡(女根谷)이 있고 백제군이 거기에 숨어 있으므로 모두 잡아 죽였다. 셋째는 왕이 아무 병도 없을 때 여러 신하에게 이르기를 “나는 아무 해 아무 날에 죽을 것이니 나를 도리천에 장사지내도록 하라”하였는데 신하들이 도리천이 어딘지를 몰랐다. 왕이 낭산(狼山) 남쪽이 도리천이라 일러주었는데 왕이 죽고 10여 년이 지난 뒤 능 아래에 사천왕사(四天王寺)가 세워지므로 불경에 이르기를 사천왕천(四天王天) 위에 도리천이 있다고 했으니 그제야 대왕의 신령하고 성스러움을 알 수가 있었다.
한편, 『삼국유사(三國遺事)』와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조선 선조 때 권문해에 의해서 편찬된 책으로 역사상의 일화 등을 수록함)에는 신라의 선덕여왕과 얽힌 사랑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이야기는 천안 역리(驛吏)에 불과한 지귀라는 자가 무엄하게도 선덕여왕을 짝사랑하다 끝내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심화(心火)가 일어나 불타 죽었다는 이야기이다.
지귀는 활리역의 역리였다. 역리라는 천한 신분인 그가 어찌하다 선덕여왕의 아름다움을 보고 사모하게 되었다. 이것은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변화나 아침 해가 서쪽에서 떠오르는 기적이 있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다. 침식을 잊고 사모하고 괴로워 하니 그의 모습은 날로 초췌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이러한 그를 비웃기도 하고 동정도 하였다. 이러자니 자연히 소문이 퍼질 수밖에 없었다.
지귀가 이렇게 지극히 여왕을 사모하고 있다는 사실은 드디어 여왕에게까지 알려지게 되었고, 여왕은 홀로 여왕을 사랑한 나머지 마음의 병이 되어 죽어가는 지귀가 불쌍했다. 그래서 한 번 만나 주겠노라고 그 뜻을 전하였다. 그러나 궁중에서는 만날 수가 없었으므로 영묘사(靈妙寺)에서 불공을 마친 후 그 자리에서 친견토록 일정을 짰다.
지귀는 영묘사에 가서 불공이 끝나기를 탑 밑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지귀에게는 너무나 뜻밖의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 번 가까이에서 뵈옵기만 하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한 그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간 침식까지 잊어가며 여왕을 사모해 오던 지귀의 꼭꼭 다문 마음이 봄빛에 얼음 녹듯이 스르르 풀려 갔다. 그러다가 어느 사이엔가 그는 잠이 들어 버렸다. 오랫동안 고통 속에서 뒤척이며 고민하던 마음이 이렇게 여왕을 기다리면서 저도 모르게 기쁨으로 변해 긴장이 풀리자 그만 잠이 든 것이다. 잠든 지귀의 얼굴은 평화로운 모습 그대로였다. 그때 마침 불사를 마친 여왕이 친히 탑 앞으로 거동했다. 여왕은 깊이 잠든 지귀의 모습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어리석고 미련한 사람. 그러나 너무나 선량한 사람. 목숨을 건 이 천한 백성의 너무나도 당돌한 소원이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여왕은 팔찌를 풀어 조용히 지귀의 가슴에 얹어 주고는 말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지귀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이미 여왕은 떠난 뒤였다. 그렇게도 기다렸던 기쁨의 순간은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 지귀는 슬픔이 복받쳐 올라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그리고는 가슴 속의 화가 터져 심화가 되어 영묘사를 태우고 탑까지 태웠다. 그야말로 지귀가 변해서 화귀가 된 것이다.
여왕께서는 이 소식을 듣자 주문을 짓게 하여 화귀를 달래도록 하였다. 뒤에 민가에서는 이 주문을 문 벽에 붙여 화재를 방지하는 부적으로 삼았다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귀의 마음 속 울화가 / 몸을 태우고 화신으로 변했구나 / 부디 창해 밖으로 떠나다오 / 만나지 못하여 친할 수 없음을 어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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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유희경 외)『우리 옷 이천년』, 미술문화, 2001
심종문『중국고대복식연구』, 남천서국, 1981
황사룡『중국복식사략』, 1994
한국방송사업단『한국복식도감 1』, 한국방송사업단, 1986
유송옥『한국복식사』, 수학사, 1998
한국생활사박물관편찬위원회『한국생활사박물관 5』, 사계절출판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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