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문당 |
 |
사진 |
제주 연안은 해저지형과 해류가 어획물이 풍부해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남성은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여성은 바다에 나가 잠수질을 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다. 제주도의 해녀는 대개 열 살 즈음부터 잠수하여 재주를 익히고 스무 살 전에 해녀가 되어 성업을 하는데, 쉰 살이 되면 그만둔다. 『탐라지(耽羅志)』에 “제주도에 여자가 남자보다 많으며 줄어지지 않고 퍼지는 까닭은 활동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정종 때 신광수의 『석북집(石北集)』 중 ‘제주잠녀가’에는 조선시대 해녀의 삶이 나타나 있다. “탐라의 아가씨는 헤엄도 잘 쳐, 열 살이면 시내에서 놀며 배우도다. 혼인해서도 해녀를 치니, 부모는 그 덕에 의식 걱정 없다고 자랑하이. 나는 뭍의 사람으로 이 말을 믿지 않다가 이제 명을 받고 남해에 와보니 때는 2월, 성의 동쪽 따뜻한 날에 집집의 아가씨들 바닷가에 나와 가래 하나, 다래끼 하나, 바가지 하나로 벌거숭이에 작은 바지도 부끄럽지 않아, 깊은 바다 푸른 물에 뛰어드니 바람이 분분 공중에 튄다. 북쪽 사람은 놀라나, 남쪽 사람은 괜찮다 웃네. 물을 당기며 이리저리 타고 노니, 오리가 헤엄 배워 물속에 자맥질한 듯. 다만 바가지만 둥둥 물 위에 떴구나. 문득 푸른 물결로 솟아올라 허리에 맨 바가지 끈을 급히 끌어올리고 한때 긴 파람으로 숨을 토해내니 그 소리 비동하여, 수궁 깊이 스민다. 인생이 일을 하되 하필이면 해녀이리. 그대는 다만 이익을 탐내 죽음을 무릅쓴가. 뭍에서 농사짓기, 누에치기, 산나물 캐기 한다는 말 못 들었는가? 세상에 험한 것 물보다 더한 것 없도다. 능한 이가 일 백 자 가까이 바다 속에 들어가 더러는 주린 짐승에 물리기도 하면서 날마다 일해다가 바치니 벼슬아치들이 돈을 주고 사가더라. 팔도가 다 서울로 진상보내매, 하루에도 몇 바리씩 건복이 생기니 고관집 부엌과 귀하신 분네야 신고하여 진상된 줄 어찌 알리요. 잠깐 한 번 씹고 물리는 것을. 해녀여, 너는 낙으로 친다마는, 나는 슬프다. 목숨을 걸고 마련한 그 물건을 내 어찌 먹으리오. 아, 나는 서생으로 해주 청어 한 번 못 먹었거니 어찌 아침 나조에 염부추나물만 먹으면 좋으이.”
제주 외에 영동(강원도 연해군) 해녀에 대한 언급도 문헌에 남아 있다. 김금원은 영동을 유람하고 그 본 바를 적은 글에서 “영동해녀는 다 맨발에 노랑머리이다. 미역을 따서 업으로 하니라”고 했다.
해녀가 물질을 할 때는 물옷을 입는다. 해녀 또는 잠수는 완전히 어업에만 종사하는 것이 아니라 농사일을 하다가 물때가 되면 바다로 가서 작업을 하였다. 제주에서 물질은 가정 경제에 큰 힘이 되어 신붓감을 선택할 때에는 물질을 잘하는 처녀가 최대의 신붓감이 되었다. 물질은 바다 사정만 괜찮다면 사시사철 바닷물에 들어가 작업을 하였으며 임신을 해서 분만 때가 다 되어도 어김없이 물질을 하였다. 물질을 할 때 입는 옷으로 물소중이, 물적삼, 물수건, 눈(물안경)이 있다. 이러한 물옷은 1970년대까지 입었는데 이것은 곧 최초의 여성 전문직업복이기도 하였다. 물옷을 언제부터 입기 시작했는지 정확한 발생요인이나 시대에 대한 기록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1702년의 기록인 『탐라순력도』에 물질 모습과 물소중이 같아 보이는 옷이 나타난다. 이러한 형태의 물옷이 1970년대까지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오다가 이후부터는 고무옷을 입게 되어 오늘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
 |
조풍연『사진으로 보는 조선시대 - (속)생활과 풍속 -』, 서문당, 2002
조풍연『사진으로 보는 조선시대 - 생활과 풍속 -』 , 서문당, 2002
국립제주박물관『제주의 삶, 제주의 아름다움』, 국립제주박물관, 2002
이능화『조선여속고』, 동문선, 2002
김영숙『한국복식문화사전』, 미술문화, 1998
|
|
|
|
|
